코로나에서 족저근막염으로 비약하는 이 시기에 건성건성 쉽게쉽게… 무라카미 하루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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족저근막염이라는 질환이 시작된 것이 두 주 전쯤이고, 한 주 전부터는 치료를 받기 시작했다. 동네 정형외과에서 이틀에 한 번 물리치료를 받고 (한 번에 사십 분 정도 걸리는데 저주파기와 몇 가지 기계를 사용한다), 정해진 시간에 두 알의 약을 (하나는 염증 치료제이고 하나는 위장 장애를 방지하는 약이다) 먹고 있다. 집에서는 스트레칭을 하는데 벽을 밀며 아픈 발을 바닥에 붙인 채로 (대표적인 등척성 운동이다) 종아리에 힘이 가도록 만들거나 약간 높은 계단에 발의 중간을 걸치고 발뒤꿈치가 계단 아래쪽까지 내려가도록 눌러주는 방식이다. ​“실은 이와 매우 유사한 ’기분좋음‘을 최근 들어 실생활에서 맛보게 되었다. 올여름, 자유형으로 2000미터 이상 쉬지 않고 나아가기에 성공한 것이다. 그것도 어느 날 아침 문득, 이렇다 할 계기도 없이 갑자기 술술 나아가고 있었다. 그전까지 자유형으로는 길어봐야 500미터쯤밖에 나가지 못했고 그나마도 숨을 헉헉댔는데, 지금은 한 시간쯤 헤엄쳐도 신기할 만큼 멀쩡하다… 이런 연유로 최근 무라카미는 철인삼종경기까지 남은 종목은 사이클뿐이다, 하며 나잇값도 못하고 불타는 중입니다. 그런데 이 사이클이 힘들단 말이죠, 정말로.” (pp.40~41)​나의 족저근막염은 무리한 달리기로부터 비롯되었다. 코로나로 피트니스센터가 문을 닫고, 별 수 없이 동네에서 달리기를 시작하고, 어라 잘 달려지잖아? 그렇다면 한 10 킬로미터만 무리 없이 달리도록 만들어서, 수영은 뭐 1.5 킬로미터라면 무리가 없고, 사이클은 어린 시절 자전거로 등하교를 했으니 까짓 (이라고 생각했지만 하루키의 저 말을 빌리자면 그건 또 아닌 것 같지만), 철인삼종경기 도전이다, 이렇게 코로나에서 족저근막염으로 엉뚱한 비약이 이루어졌다. ​“가정생활을 희생하고, 주위에 의리 없는 짓을 되풀이하고, 부조리한 고통을 견디며, 왜 굳이 100킬로미터 레이스를 해야 하느냐고 누가 물으면(여러 사람이 물었다) 솔직히 대답이 궁하다. 아니, 한마디로는 도저히 설명할 수 없다. 그래도 굳이 단순하게 언어화하면 역시 ‘호기심’이라는 말밖에 없을 듯하다. 100킬로미터를 달린다는 게 대체 어떤 일일까, 나도 할 수 있을까-아마 그것을 알고 싶었을 것이다. 그래서 비행기를 타고 아바시리까지 가서, 2만 엔 정도의 참가비를 내고, 100킬로미터를 달리고, 녹초가 되어 돌아온 것이다.” (pp.184~185)​하루키의 에세이에 유독 달리기를 소재로 한 것이 많아 당분간은 이룰 수 없는 초보 러너 되기라는 목표가, 이것과 연관되어 있는 철인삼종경기 참가의 꿈이 자꾸 떠올랐다. 함께 달리기를 시작한 아내는 엊그제 8 킬로미터 달리기에 너끈히 성공했는데, 그 길을 자전거로 달리거나 걸으면서 서글퍼진 감정이 아내의 성공으로 달래지지는 않았다. 물론 나는 아내의 성공을 크게 축하하기는 하였지만.​『고양이를 좋아해서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꽤 많은 고양이를 키웠는데, 이십 년 넘게 산 고양이는 한 마리뿐이다. 이 고양이는 올­해 2월로 드디어 스물한 살이 되어 기록을 경신중이지만 지금은 우리집에서 기르지 않는다. 약 구 년 전 일본을 떠나며 당분간 고양이를 못 기를 사정이라 당시 고단샤 출판부장이던 도쿠시마 씨 댁에 맡겼다. 실은 “전작 장편을 하나 써드릴 테니까 부디 이 아이 좀 부탁합니다.” 하고 떠안기다시피 했더랬다.그래도 그때 ’고양이와 교환‘해서 쓴 장편이 결과적으로 내 책 중에 제일 많이 팔린 《노르웨이의 숲》이었으니, 녀석을 복덩이 고양이’라 불러도 되지 않을까. 도쿠시마 씨는 지금은 상무이사라는 고위직에 올랐다. 그리고 자택이 있는 마쓰도에서 오토와의 회사까지 중역용 제트 헬리콥터로 주3일만 출근합니다-라는 건 새빨간 거짓말이고, 지금도 매일 만원 전철을 갈아타면서 출퇴근하는 모양입니다. 애쓰십시오.』 (pp.92~93)​달리기와 함께 에세이에 자주 등장하는 것은 하루키가 키웠던, 그러나 지금은 다른 이가 키우고 있는 고양이 ‘뮤즈’에 대한 글이다. (공중부양 꿈과 전라로 집안일을 하는 가정주부와 러브호텔의 작명을 소재로 하는 글도 여럿 있다.) ‘뮤즈’는 하루키가 글을 쓸 당시 스물한 살이었고 (사람 나이로는 너끈히 백 살을 넘겼다고 봐야 한다), 흔한 일은 절대 아니어서 한국판의 제목이 ‘장수 고양이의 비밀’이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고양이 장수의 비밀이 담겨 있는 것은 아니니 집사들은 기대하지 말지어다.)​『얼마 전 한 여자분께 들었는데, 가끔 남편과 함께 가는 헬스장 여자 탈의실에 ‘탈의실에서는 되도록 다른 회원의 험담을 하지 맙시다’라는 종이가 붙어 있더란다… 참고로, 남편에게 그 얘기를 들려주자 “호오, 남자 쪽은 그런 거 안 붙어 있는데” 하더란다… 나는 되도록 세상 (혹은 특정) 여자의 분노를 사지 않는 것만 유의하면서 모래쥐처럼 조심조심 숨죽이고 사는 인간이라 ‘그렇다면 여자가 남자보다 남의 험담을 많이 하는 모양이군’이라는 안이하고 차별적인 결론은 결코 입에 올리지 않는다. 남자 중에도 남의 험담을 잘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렇죠? 다만 일반적으로 남자의 경우 ‘험담’보다는 ‘푸념’ 쪽이 많은 느낌이다. 그에 비하면 여자의 경우는 전체적으로······ 아니, 아니다, 역시 일반론은 그만두자… 얘기를 듣고 문득 생각했는데, 만일 문단(혹은 문학 저널리즘 없계)에 칭찬받아야 할 부분이 있다면 ‘그곳에선 모든 이가 남녀 구별 없이 험담을 한다’는 것이 아닐까. 그런 면에서는 성차별이라 할 것이 전혀 없다. 평등하다. 멋지다, 훌륭하다-말하자면 그 업계 전체가 여자 탈의실 같다는 뜻이지만.』 (pp.282~283)​여하튼 건성건성, 쉽게쉽게 쓰기의 달인이라고 할 무라카미 하루키의 무라카미 하루키식 에세이에서 멀지 않은 글들로 가득인 에세이집이다. 실제로 글이 <주간 아사히>에 연재된 시기와 그것들이 묶여서 하나의 책으로 만들어진 시기와 그것이 한국에서 번역 출간된 시기에 각각 꽤나 너끈한 인터벌이 있는 것 같은데, 읽는데 크게 거슬릴 일은 없다. 그러니까 건성건성, 쉽게쉽게 읽으면 된다.​무라카미 하루키 (村上春樹) / 안자이 미즈마루 그림 / 홍은주 역 / 장수 고양이의 비밀 (村上朝日堂はいかにして鍛えられたか) / 문학동네 / 342쪽 / 2019 (19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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